빗속을 스님이 걷는데 그 뒤를 내가 걷는다.
휘적휘적 비에 젖으며 걷는 뒤로 내가 따라간다.
빗속을 가는 스님은 다만 나의 모델일 뿐이었고
나는 카메라를 든 기계처럼 무감각했다.
며칠이 지났고 나는 카페를 열어 카메라의 스님을 불러낸다.
젖은 옷 위로 계속 비를 맞아 후줄근한 옷의 스님이 나타나고
나는 카메라를 들지않은 사람의 눈으로 스님을 본다.
스님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며 나는 마음이 아프다.
그날 우산이 분명 있었고 그 우산을 스님께 드릴 수도 있었는데 그 때 나는
아무래도 사람이 아니었음이 분명한 것 같다.
생각이 없는 몸뚱이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그날의 나와 오늘의 나의 다름이 참 신기해서 해 보는 생각이다.
- 2016.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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