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초등 2년생인 녀석은 만나기만 하면 폰으로 게임할 궁리부터 한다.
물론 부모는 안된다고 딱 자르지만 조금은 만만한 듯한 나만 만나면 벼라별 방법을 동원한다.
처음엔 인정에 못이겨 넘어가 주었지만 가만보니 안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 잡았다.
하다하다 안되니 포기 했는지 만화책 한권을 빼어들고 폼을 잡는게 제법 건방지다.
뒤에 앉아 멀뚱이 보다보니 나의 9살 시절이 선연히 떠오른다.
참 어렵든 시절이라 어린이가 읽을꺼리라는게 따로 없는 집이 훨씬 많았는데 나의 짝궁이었든
'노삼순'이 어느 날 학교 마치고 하교하는 길에 저희집에 놀러 가자고 했다.
우리 와는 격이 다른 집안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양옥집에 마치 도서관처럼
한벽이 온통 동화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좋은 집보다 예쁜 옷보다 그 무엇 보다 부러웠든 서가의 책들.
둘이는 책가방은 옆에 둔채 해 질녘까지 동화책을 읽었든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아이는 3학년이 되자 카나다로 이민을 가버렸는데 지금 어디서 잘 살고 있을까.
아직도 그 아이의 해사하고 갸름한 얼굴과 긴 머리가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 구서동의 아들집에서,,,15.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