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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영화

'마더'를 보다.

오후 1시의 모임이 끝나면 오후 7시 시네마테크에서 '최후의 증인' 보겠다고 대충 일정을 생각해두었는데

예상외로 모임이 일찍 끝났고 집에 갔다오기도 어정쩡한 시간을 때우려고 극장앞의 시간표를 맞추다보니 '마더'가 당첨되었다.

 

제목이  '마더'가 뭐야? 좋은 우리 말도 많은데.. '

'잘 만든 영화라고 입에 오르내리기는 했어도 시큰둥 했었다.

어디가 잘못된건지를 찾는 심술쟁이의 눈에는  못마땅한 전반부의 몇몇 장면들이  비위를 긁었다.

 

 

 


근데 이 영화가 나의  뒤통수를 쳤다.
 삼백육십도로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영화는 역시 줄거리를 모르고 봐야 재밌다.
아들'진구'넘의 연기가 좀 거시기 했지만 말이다.
 정신질환도 아니고 몽골리즘도 아니고.
그 아이의 상태는  상당히 어정쩡했고 연기하기 매우 애매했을것이다.


보통사람도 살인자가 될수있고 저 햇살 눈부신 거리를 신바람나고  

행복한 표정으로 활보하는 천사표중에도

  살인자가 있을수 있다는거  너무나 간단히 보여준다.

나의 짧고 좁아 빠진 생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충격먹었다.

살인자란 어딘가 우리와 다르게 음침하거나  누군가에게 쫓기듯

불안해보인다거나 그래야하는게 아니냐고.

시작하는 첫 부분 김혜자가 넓은 갈대 밭에서 휘적 휘적 몸을 흔들어대다가  팔까지 흔들고

 허리를 비틀어대는 힘없는 포즈에 미소까지 짓는 모습에 피식 바람빠지는 소리까지 냈었다. 

 

다  늙어가는 할망구가 뭐가 저리 즐겁다고 저러고 있노.정상도 못되는 아들보니 기가차구만.
 궁시렁거렸지만 마지막 마무리 부분에서 첫부분을 재현해주었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졌다. 

 

나랑 나란히 걷고 있는 사람중에  살인자가 섞여 있을수도 있단말이지.

 한여름에도 한기가 들지경이다.
보려고 미리 점 찍은 영화는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대충 골라내는데 이번 마더의 경우에는 거꾸로 갔다.
감상한 뒷날인 오늘 어떤 영화이며 어떤 평을 들었나 찾아봤다.

역시 내 생각이 그다지 틀리지않았음을 확인했다.

 

 Preface

누구나 엄마가 있고, 엄마에 대한 생각이 있다.

 가장 사랑스럽거나, 가장 포근하거나, 또는 가장 지긋지긋 하거나. 여러 감정이 뒤엉켜 있다.

 무척 익숙하면서도 강한 존재고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것 또한 엄마와 아들이 아닐까.

그런 엄마가 과연 영화적인 세계 속에서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

엄마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가 있었지만 좀 더 극한까지 가보고 싶었다.

가장 뜨겁고 강렬한 부분, 어떻게 보면 불덩어리에서도 제일 뜨거운 열의 핵심 같은 곳을 파고드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마더>는 영화적으로 새로운 도전이다.

 전작들은 모든 것을 확산시켜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살인 사건을 넣다 보니 80년대와 국가 이야기가 나오고, 괴물이 뛰쳐나오다 보니까 가족이 나오고,

한국 사회도 나오고 미국도 나오는 식이었는데 <마더>는 오히려 모든 힘을 실어, 중심 핵을 향해 돌진하는 영화다.

엄마라는 식상하리만치 평범한 소재를 다루지만 오히려 새로운 영화이고 싶고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면서도 또 무척 낯선, 새로운 영화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 감독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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