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131> 九尾狐
九尾狐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란 뜻. 傳說(전설)의 짐승이다.
또한 '몹시 狡猾(교활)한 사람, 특히 그런 여자'를 비유하는 말로 쓴다.
九尾狐까진 아니나 '앙큼한 계집애'를 여우라 부르기도 한다.
'여우 짓'은 이들의 앙큼한 行動(행동)을 가리킨다.
生肝(생간)을 빼먹는 둥 극단적인 몇몇을 제하면 우리네 傳說엔 사람보다 더 나은 九尾狐가 많다.
보통 九尾狐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어중간한 존재.
龍(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 닮았다.
熊女型(웅녀형)이라 할까?
참고 기다리는 忍耐(인내)가 여간 아니다.
어쩌면 熊女가 사람 된 뒤 여우가 熊女 자리를 꿰찼는지도 모를 일.
'여우비'는 볕이 있는 날 잠깐 오다 그치는 변덕스러운 비.
평안도 덕흥리 고분 벽화. 견우는 소를 끌고 직녀는 구미호와 함께 있다.
여우가 호랑이에게 시집간다 말한다.
熊女를 이었으되 사람이 되지 못한 九尾狐의 눈물은 아닌지.
우리네 九尾狐 이야기가 멜로드라마라면 중국 것은 大河(대하)드라마.
나라 망친 褒事(포사)나 達己(달기)가 알고 보니 九尾狐라는 둥,
禹(우)임금의 아내인 女嬌(여교)가 九尾狐라는 둥,
傳說은 역사를 넘나든다. 중국의 九尾狐는 이런저런 事緣(사연)을 품은 복수의 化身(화신). 바라던 복수를 마치면 本色(본색)을 드러내고 뒤끝 없이 줄행랑치는 게 특기이다.
더위가 시작되니 시원함이 그립다.
시원함을 들인다는 納凉(납량)에 九尾狐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눈속임하는 九尾狐의 遁甲(둔갑)이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九尾狐가 사는 법이 여우 짓하는 우리네 살림살이를 꼭 닮았기 때문이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