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蓮 들의 겨울나기 이 주 전 김해주촌에서 만난 연밭의 여러 풍경, 같은 장소에서 만났지만 그 느낌은 너무나 다양해서 재미있었다.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졸고 있는 노인을 연상하게도 하고, 수묵화의 느낌으로 무념무상에 빠진 듯한 모습도 좋았다. 개구쟁이들이 바글거리며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으로도 보였고, 날씨는 흐렸지만 가끔, 햇살이 아주 조금씩 보이기도 했었다. 회한에 잠겨 묵상에 빠진 모습으로.. 천진한 꼬마들의 놀이를 즐기는 듯한 상큼한 모습이었다. 더보기
지하철에서.. 전남 어느곳인데 기억이 안난다. 홍수환선수의 고향이 거기 어디 쯤인가보았다. 낡고 바스러진 모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제는 동래 쪽의 서실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한 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라 신문을 읽고 있으니 경로석의 어느 분이 글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보이니까 읽는 게 아니겠냐고 했더니 대뜸 나이를 묻는다. 숙녀나이를 묻는 건 실례라고 했더니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물어도 괜찮지 않냐고 했다. 어느 정도면 괜찮은데요? 같은 노인끼리라 대꾸해 주었다. 칠십 세가 넘으면 괜찮지 않겠냐고 하면서 백내장수술했는지 또 물었다. 자신은 신문을 읽기 위해 수술을 했는데 신문은 잘 읽지만 먼 곳은 잘 안 보여 운전은 오히려 힘들어졌다고. 투덜거리던 중 도착한 정거장에서 내렸다. 대화 상대가 없어서 그런 거겠.. 더보기
서예, 새로운 각오로. . 4년 전의 입선 작품이 벽에 걸려 계속 신경을 건드렸다. 버릴까, 그냥 못 본척할까? 그러다 열흘쯤 전에 작심했다. 마침 체력도 꽤 단단해졌고 컨디션도 현재 무난하니까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기인지도 몰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은 예감도 들었고, 지난 월요일 준비 끝. 스승님께 찾아가 체본을 받아왔다. 입상은 별로 상관없지만, 좋은 결과가 싫을 리는 없다. 일단 마음에 드는 해서체의 예리한 칼날 같은 글자의 매력을 표현해 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酬 張少府 장소부에게 답하다. 王維(왕유) ​ ​酬張少府(수장소부) ​ 王維(왕유) 晚年唯好靜(만년유호정),萬事不關心(만사불관심)。 自顧無長策(자고무장책),空知返舊林(공지반구림)。 松風吹解帶(송풍취해대),山月照彈琴(산월조탄금)。 君問窮通理(군문궁통리.. 더보기
대저 생태 공원의 연 밭.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이 느낌 또한 소중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제나 끝이 있는것이니 자연의 오묘함을 그저 즐기면 될일이다. 그러니 노년이라 해서 또 그리 청승이나 떨 것도 아닌것이다. 차거운 물속의 애잔한 너의 자태,그러나 함께 바라보는 모습있어 외롭진 않겠다. 비록 무심히 떠있으나 지난 여름의 너를 상기시켜주니 존재감이 드러나고. . 같은 자리에서 같은 햇볕과 비를 맞는데도 모두가 제 각각인 포즈가 재미있다. 오랫만의 영광도서 출사나들이, 새들과 다를바 없이 차 한모금마시고 재잘재잘, 계속해서. . . 더보기
다시 蓮이다. 또 다른 모습의 너를 만나기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볼것이다. 모든 물체는 수 많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미처보지 못했든 숨겨져 있는 뭔가를 들추는 일은 어쩌면 나를 찾는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물속에 잠긴 무심한 형상은 너의 일부분이고, 그냥 그자리에 있는것 만으로도 나에게 소중한 존재다. 요즘 들어 자신을 돌아볼때가 더 잦아진다. 너를 보듯 나를 곰곰히 들여다본다. 어째서 그렇게 생겼으며, 그렇게 살아왔는지를. .. 그럴 수록 점점 알 수 없으니 끝내는 미궁으로 빠질지도 모르겠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싱겁기는 참 더보기
철새들의 비행. 마음이 허허로울때는 그 어떤 모습도 스산하고 쓸쓸해 보인다. 우리들이 떠나갈때도 저 들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휑하니 날아가지않을까. 우리는 이십대에 우연히 한 동네에서 동갑나기로 이웃이 되었는데 동갑나기 딸과 아들의 엄마였다. 그리고 두 달 간격으로 두번째의 아기를 낳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한 동네서 오래 살았다. 그 당시 일본에 수출하는 스웨터를 뜨게질하는 일감이 있었는데 한벌에 얼마를 받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우리는 얼굴이 까맣게 타도록 밖의 평상에 앉아 아이들 노는 걸 지켜보며 뜨게질로 약간의 용돈을 벌었지만 친구는 손끝이 야무져 닷세에 한벌쯤 거뜬히 만들어 내는데 나는 거의 보름이나 걸려서 겨우 완성했는데 그것도마무리는 친구가 거들어주어야했다. 털실이 순모여서 남은 걸로 시어머님 조끼와 .. 더보기
떠나간 듯한 친구. 지난 월요일에 통화했을때 아직 목소리 쌩쌩 했다. 수요일에 그 쪽으로 갈일이 있으니 들릴께 하니 '알았어' 했는데 이승에서의 마지막 대화가 된거같다. 며칠을 기다려도 부부가 전화 연결안된다. 좀 더 자주 만났어야했는데. . 쓰잘데없는 후회만 부글부글. 더보기
마이산과 전주와. . 부끄러운 줄도 모를 만큼 무신경해져 간다. 무리 지어 나르든 거대한 가창오리 떼를 눈앞에서 보면서 촬영했지만 단 한 작품도 건질 게 없다. 욕심 없는 게 어떤 건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심심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칭얼대지 않고 혼자 잘 놀고 있으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