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계량( 매창)'을 만나다.
하룻밤새 마음이 바뀌어 읽다가 두었든 '미쳐야 미친다'를 들었다.
변덕이 아니고 깜빡 했었다.정민님의 글솜씨나 번역의 맛도 감칠맛이 넘치고
책 속의 계량과 허균의 만남은 감동적이다.
사백삼년전 남녀간의 우정이라니.인물은 그저 수수하나 가야금솜씨와 시를 읊조리는 재주에 정감을 느꼈다는
허균의 고백은 그저 내 마음까지도 짜릿하게 만든다.먼저 부임한 관리의 정인이었으며 지인의 정인인 그녀와
온종일 시를 지으며 술을 마시며 놀았는데 결코 동침 하지 않았으므로 십년을 사귀었단다.
삼십칠세에 요절한 그녀를 눈앞에서 만난듯 어른거렸다.
눈물까지 질금거리며 .그녀가 허균과 읊었다는 '산자고사'
*산자고사.
상장에 얼룩무늬 대나무가지.
비단 날개자고새가 날아가누나.
곳곳에 상강의 눈물가리니
우리 임 어느 곳에 돌아오려나.
한시를 올리려고 시도해보니 없는 글자가 있어 생략한다.
우리 옛님들의 기품가득한 우정을 만난 반가움은 현실의 친구와 만남 이상으로 나를 흥분시켰다.
*임병기님의 블로그에서...
자고새는 뜸부기다.
중국 사람들은 뜸북뜸북 우는 이새가,"행부득(行不得)" 즉 "갈 수가 없네"하며 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고새는 그리움을 뜻하는 새다.
곽무천의 <악부시집>에는 우조곡이라고 적혀있다.
떠난 임을 그리는 슬픈가락의 노래다.
시를 보면 순임금을 따라 죽은 이비의 피눈물이 베었다는 소상강의 얼룩무늬 대나무 가지 사이로 고운 날개짓의 자고새가 날아간다.
그런데 도처에 구름인지라, 한 번 허공으로 훨훨 날아간 새가 처음 떠나온 곳으로 돌아오려 해도 돌아올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얼룩무늬 대나무는 떠난 임을 기다리는 자신이고. 고운 자고새는 멀리 떠나간 임이 된다.
하지만 소상강에는 언제나 구름이 자욱하니, 임이 이곳을 다시 찾으려 해도 찾을 길이 없을 것이라는 탄식이다.
<산자고사>는 이백을 미롯하여 역대 수많은 시인들이 즐겨 부른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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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계랑)이 전직 군수(김제군수 이귀)와의 사랑을 못잊어, 그 공덕비 아래서 이 노래를 불렀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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