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코드] 마파도 - 할머니가 만지는 건 괜찮아?
2005-04-06 | 안유(섹스 칼럼니스트) | 무비위크
마파도에 오게 된 재철과 충수는 할머니들의 노골적인 성희롱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성희롱은 차츰 수위가 높아져 급기야 성추행 가까이에 이르지만, 관객들은 구수하고 정겨운 애정표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성별이 바뀐다면? 남녀평등의 성의식은 아직 소원하다.함께 영화를 본 여자친구가
극장을 나서며 눈물까지 훔치며 촌평을 던진다. “영화 찍는 동안 정말 재미있었겠다.
그녀 덕분에, 어쩌면 관객보다 배우들에게 더 재미있는 영화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 특히 다섯 할머니들은 아직도 ‘마파도’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입대하고 훈련소에서 나오는 이정진이
‘할머니들이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마파도>의 할머니들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 틀림없다.
경치 좋은 자연 속에서 젊은이들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했겠으니 말이다.내공의 수위를 가늠하기 힘든 할머니들에게 난데없이
나타난 재철과 충수는 튼실한 노동력인 동시에 관상용 ‘애완청년’에 다름없었으니, 그중에서도 마산댁은 아주 신이 났다.
재철과 충수가 마파도에 도착한 날 저녁, 그들의 밥상머리에 앉아 있던 마산댁의 환영사를 들어 보라.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총각들이고.” 그녀는 첫날 저녁부터 마각을 드러낸다. 둘 중 더 멀끔하게 생긴 재철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품평하기를,
“궁딩이 실한 것 좀 보소.”왠지 고양이 놀이터에 잘못 들어온 생쥐 신세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지만,
재철과 충수는 대의적 목표를 버리고 돌아갈 수가 없다. 결국 그들은 ‘빡센’ 노동과 노골적인 성희롱을 감내하는 수밖에.
할머니들의 성희롱은 차츰 수위가 높아져 급기야는 성추행에 이를 정도다. 예컨대 이런 것.반강제적 권유 끝에 재철의 웃통을 벗기고 등목을 해주던 마산댁.
그녀의 오른손은 바가지를 들고 있는 왼손도 모르게 재빠른 동작으로 재철의 ‘몸빼바지’를 훌렁 잡아챈다. 화들짝 놀란 재철이
벌떡 일어서는 동시에 바지춤을 끌어올리며 앙탈(?)을 부리지만 탐스러운 그의 엉덩이는 이미 할머니들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한 뒤였다.
게다가 행동 또한 잽싼 마산댁은 끝내 그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입맛을 다신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육방망이냐!”
할머니들이 재미 삼아 그런 거지, 이 정도를 가지고 무슨 성추행이야 성희롱이야 하겠느냐고?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할아버지들이 젊은 여자의 바지를 벗기고 ‘조개’ 운운해도 그냥 웃고 말 수 있을까? 아무도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마파도>의 할머니들뿐 아니다. 예로부터 우리 할머니들은 내 손자, 남의 손자 가리지 않고 그들의 ‘고추’를 따먹으려 했고,
구경시켜 달라고 졸랐고, 만지작거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소년들은 헤헤거리며 할머니들의 희롱을 장난으로 여겼다
(드물게는 정말 고추 떨어질까 봐 무서워했던 아이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더욱 신기한 것은 소년들의 엄마 아빠나 혹은 친할머니들의 태도였다.
할머니들의 성희롱을 막을 생각은 않고 도리어 맞장구를 치거나 희롱에 동참―“철수야, 까짓거 보여드려라”―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할아버지들은 함부로 손녀들의 몸에 손을 대거나 성기를 지칭하는 제삼의 대명사를 거론할 수 없었다(그랬다가는 큰일나니까).
소녀들은 희롱의 대상이 되는 대신 철들기 전부터 옷매무새를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하고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반복주입식 세뇌를 받고 자란다.
이러한 불평등의 저변에는 ‘자랑스러운’ 남성과 ‘보호해야할’ 여성이라는 가치관이 들어 있다. 나아가 이러한 사회 규모의 학습 효과가
남자는 휘둘러도 되고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여성 일방의 정조관념으로 확대된 게 아닐까 싶다.내 생각에 진짜 남녀평등은 성의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은 요원하다. 뻔뻔한 나는 물론 대부분의 관객이 <마파도> 할머니들의 성희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구수하고 정겹고 재미있게 구경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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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 또한 구수하면서도 핵심을 은근슬쩍 찔러대네.그렇게 깊은 메시지가 있을줄은...^^
엊저녁 모임에 갔다가 골뱅이찜으로 밥 한공기 뚝딱 먹고 맥주 한잔 마시니
더 들어가지도 않고 친구는 몸때문에 술은 안된다고 해서 기분전환용 한 프로 했다.
마파도가 아주 딱 이었다.얼마안되는 관객이 모두 한결같이 신나게 웃었다.
눈치 볼것 없이 공공 장소에서 마음껏 웃는 다는것도 상당한 보너스 같은것. 기분좋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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