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오르는 산까지 삼분의 일도 안갔는데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코딱지 만한 풀들에 흩뿌린듯한 이슬 방울에 시선을 빼았겼다. 그것들의 앙징맞은 모습들을 담겠다고 설치다가 그만 카메라렌즈 안쪽이 뿌예져 버렸다. 물이 들어간 모양이다.
그런데 며칠 전의 언짢은 일이 하필 사진 찍느라 엉거주춤 쭈구린 상황에서 자꾸 생각났다.
'풀잎으로라도 베지마라'라는 글귀가 떠오른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이나 감성은 그 외모만큼이나 다 틀리다고 잘도 말하면서 그 사람의 정서적인 부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야생화재배에 대한 그의 글에 불쑥 비판을 해 놓고 해명하겠다고 열심히 글을 올리는 동안 나는 다른 일에 열중해 있었다. 뒤늦게 줄줄이 올라온 답글을 보고 토크에 글을 올렸으면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딱 잘라버리니 그제야 조용해 졌고 나는 잊었나했다.
그런데 귀가 하는 동안에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슬금슬금 고개를 든다. 다시 논쟁을 시작하는 번거러움은 싫은데. 나이 먹을 만큼 먹고도 어째서 좀 느긋하게 변하지 않는지 할 말을 좀 참지 못하는지 참 답답하다.
'포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청객중에... (0) | 2015.06.14 |
---|---|
아버지의 일터.5 (0) | 2015.06.13 |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으니... (0) | 2015.06.11 |
빛의 선물. (0) | 2015.06.10 |
양산통도사의 '하늘꽃셋'축제에서. (0) | 2015.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