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사연이 있을 듯 해 보이는 위가 떨어져나간 탑의 한 면이다.
신문에 걷기행사에 대한 기사를 볼 때 마다 참석 한 번 하겠다고 벼르기만 하면서 세월 다 보내다가
어제는 불쑥 전화 걸고는 부산의 '원도심'걷기에 동참했다.
부산역에서 오후 1시30분에 모임 장소에 가니 연령대가 함께 어울려도
그다지 껄끄럽지 않아 보이는 열여섯분이 모이셨다.
초면인데도 마치 오래 아는 사람들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게 사물이나 사람이나 다를바 없는 듯 하다.
우리가 온종일 발바닥이 아프도록 이리 저리 골목길을 돌고 돌아 걸어 다니며 만난 거리나
건물 혹은 전시된 사진들도 역시 나이 든 노인 마냥 낡고 닳아서 모난 곳도 없을 뿐 아니라
나무 계단들도 새 것이 주는 차거운 느낌같은 게 없고 내 발이 닿는 촉감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동광동의 소문난 계단이 있는 곳과 중앙동의 인쇄소 많은 골목길,
극장이 있든 자리들이 지난 시간과 연계하여 이것 저것 생각나고 초량 차이나타운등 낯설지 않은 곳들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행과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처럼 열심히 쫓아다녔다.
사진으로 나마 옛 모습을 볼 수 있게 애쓰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고 싶다.
부산이 안태 고향인 나는 낯선곳은 아무곳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경스럽고 반가웠다.
영도다리를 보니 시골에서 오신 외갓집이나 친가의 친척들을 모시고 영도다리 드는 구경하러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 다닌 기억과 거기서 자갈치로 가서 허름한 가계에서 멍게를 먹은 기억이 나고
또 전시된 사진들을 보니 그 옛날의 고된 사람살이가 생각나서 눈물이 찔끔나기도 했다.
용두산공원에는 시모님과 내 어리든 두 아들녀석과 왔다가 아이를 잃어버려 발을 동동 구르든 생각도 나고.
조금 더 세월이 가고 지금의 우리 연령대의 사람들 마져 사라지면 아마도 이 모든 것들도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도 같다.
왜냐하면 물건이란 것도 정서적으로 뭔가 공감이 가지 않으면 무슨 감흥이 있겠는가.
어떤 것은 뒷 구석에 그냥 버려져 있는 느낌으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조금 더 살뜰하게 챙겨서
그것들의 사연도 좀 더 제대로 찾아냈으면 싶었다.다음에도 또 이런 기회가 오면 꼭 챙겨가리라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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