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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팔영산에 올랐다.

13년7개월15일전의 기록.

내 생애 최고의 난코스에다 장시간,

생각만 해도 끔찍했든 그 날.

이제는 추억속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2022 8.31 수요일

 

 팔영산 정상에 오르면 멀리 일본의 쓰시마섬[對馬島]이 보이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또 산 밑에는 화엄사(華嚴寺)·송광사(松廣寺)·대둔사(大芚寺)와 함께 호남의 4대 사찰로 꼽히는 능가사(楞伽寺)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곳에 능가사 대웅전(전남유형문화재 95), 능가사 범종(전남유형문화재 69), 능가사 사적비(전남유형문화재 70) 등의 문화재가 있다.- 분홍글씨는 백과사전에서 가져온 자료.-

 

 

  

 

 

 

 

 

 

 

 

 

 

 

 

 

 

 

 

 

 

 

 

 

 

 

 

 

마지막 코스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

어찌 말로 표현하랴..

 

 

 

 

 

 

 일년내내 메시지로 등산행을 권유하는 산악회를 따라 가보겠다는 결심은

몇십분도 걸리지 않았었다.오전  5시50분 알람으로 잠을 깨니 밥도 있고 반찬도 있어

이부자리로 도로 쏘옥 들어가  눕자  작년 무주구천동에서 만난 설경이 눈앞에  나타났고

 전라도쪽에 오늘 눈이 오겠다는 뉴스만 어렴푸시  들은 후였다.

아침식사시간 '오늘 전라도 팔영산에 갈꺼요.'아들넘과 옆지기가 눈이 휘둥굴
'눈보러 갈꺼니까 같이 가든가 아니면  암말마시오'하는 선언으로 끝.

성질을 아는지라 더 말리지는 않았고 아들넘 '조심해서 댕기오소' 

한사람은 어디 고생한번 해봐라 말린다고 들을것도 아닐꺼고

다소 뭔가를 아는척했지만 못들은척했다.

아무튼 '팔영산'이 전라도 고흥 어디에 있단다 하는 상식만으로  대열에 합류했다.
등산복 한벌에 추위에 견딜만한 내복과 모자를 챙긴것뿐.

 

4시간이라... 에구 무시라 

 

                      사진이 제법 선명해서  기분좋다.

             카메라  고급품으로 개비할까말까 했지만 그냥 쓰든것이다.

 

저 꼭대기에 내가  있었다니..

 

 

 

 

                 바위틈새에 기묘하게도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능가사(楞伽寺)는 전남의 4대 고찰이라는데 앞의 도로를 시멘트로 철썩 덮어씌워놓아참으로 애석했다.

원상복귀할수는 없을까.

 

 

앞에서 맨 오른쪽의 이 분이 나의 수호천사였든 분.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여인들은 나와 함께 올랐든 사람들인데 열살들 더 어렸고

다람쥐처럼 재빨라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무진장 안깐힘을 썼든 나의 온 몸은

흠씬 두드려맞은듯 아팠다.

 

 

 

 

산행은 이제 그만해야한다.타인에게  엄청난 민폐가 아닌가.

삼십분쯤 걷는 중 한 영감님이 나 처럼 숨을 색색거리면서  말을 건다.
이 눈 밝은 영감님이 내나이를 눈치챘는지  오늘 자기랑 동무하자는 코멘트를 철석날린다.

'걷는것만도 벌써 힘들라카는데  문디겉은 영감이네'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저는 요 오늘 처음 등산을 왔거든요. 이 등산복 오늘 처음 입었어요'

이 영감 머릿속 굴리는데 참 재빨랐다.어느 새 저 위로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베시시 웃고.

조금 지나 이번엔 대략 오십 초반 일성 싶은 검은 색으로 온몸을 감싼 남자가
옆으로 다가 오더니 등산스틱을 쑥 내밀면서

' 이 거 없으면 힘듭니다.' 그때 부터 이 분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의 무모함과 사태의 심각성이  슬슬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끔찍한 공포가 안그래도 추운날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든 그런 찰나였으니

염치도 예의도  어디로 실종되고 없었다. 그 힘든 등산코스를 한곳도  빠지지 않고 돌았는데
중도에  하산해서 다소 염치를 차려보려고 했으나  혼자 내려가다 길을 잃었을때의 공포심으로 억지로 밀고 나갔다.

사진을 찍기는 했으나  모두들 서둘렀기 때문에  그냥 자동모드로만 찍었다.

 나에게 구세주같은 그 따뜻한 마음씨의 남성때문에 무사히 팔영산의 등산을 마무리했다.

하산길에  혼자서도 충분한 지점에 내려 왔을때 우연히 나이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고

나의 솔직한 나이 고백에 엄청 놀라움과실망감을 감추지못하든 그 남자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며

우리는  힘든 여정속에서도 폭소를 터트렸다.

'설마 그럴리가 있느냐'는 말에 '그렇다고 그리 속을 보입니까'했었다.
 방정맞은 입이 조금만 참았더라면  좋았을껄 ^^

또 한사람 처음의 그 노인도  정상에서 만나니 역시 속을 드러낸다.지금이라도 다시 ...

지금 다시 보니 내가 과연 저 곳에 정말 있었단 말인가 미심쩍다.

다시는 갈수없을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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