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몇시에 들어왔는지 분명 자정까지는 안잤었는데
아침준비해놓고 방에 잠시 누웠다나오니 방안에 없다.
늦게 왔으니 차라리 잠시나마 더 자고 가라고 그냥 두었었다.
배고픈게 낫지 모자라는 잠이 더 고통이니까.
방문을 여니 훅 하는 술냄새.
둘이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아아를 좀 뭐라카면 될낀데 엄마가 맨날 좋다고 으자으자(귀엽다고 으르다)
하니 술을 그리 마시고 안댕기나.
‘하이구 사돈 남말 하시네.’
속말이다. 아침부터 식사중에 한마디 하다간 밥묵기는 틀릴끼고.
좋게 한마디했다.
‘당신은 그 나이때 맘대로 되데요.?’
‘그래도 뭐라고 쫌 하면 덜하지....’
그러면 내가 바가지를 덜 긁어서 그리 마셨든가.
속으로 궁시렁 거리는데 지난날의 기억이 슬그머니
티비 브라운관을 켰을때처럼 떠오른다.
가만보니 작은 넘 나이가 딱 즈그 아부지 장가든 나이구나.
갓 결혼한 철부지 새댁.
퇴근후 시간은 거의다 술시였다.
통금도 있든 그 시절 문밖에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으면
엥 하는 싸이렌 소리와 동시에 택시에서 내렸었지
애창곡 낙양산 십리하에~~~♫♬를
고래고래 부르면 얼른 입을 틀어막고 집으로 밀어넣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노.
밥상을 차려주면 국에 말아 한그릇 다 먹고서야 잤었다.
처음엔 배가 고파 그러는줄 모르고 억지로 재우려고 했지만.
결코 안주 없는 술은 시작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마시는 법이
없었는데 한두점 집어먹고는 안주는 거들떠도 안보고
깡술만 마셨지. 그래도 워낙 술체질이든지 별 탈은 없다만서도.
나이드니 주량도 눈에 띄고 줄고 가끔 탄식하는 모습이 고소하다.
' 하참 내가 와 이리 됐노,
천하의 내가 쏘주 한병 마시고 이기 뭐꼬. '
엄청난 주량이었었지.
대작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요. '
그런데 지금 아들넘이 똑 같은 모습이니 유전자 그거 참 무섭다.
전화를 걸었다.
'이 넘아 오늘은 좀 일찍 온나. 굴넣고 생김국 끓여 놨다.'
'오늘은 새해 첫 회식날인데요?.'
'그래도 좀 약게 마시고 몸좀 생각해라.'
'예 알겠습니다'
대답하나는 시원하게 잘 한다.
어느 여름날의 작은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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