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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베이징 올림픽을 제패한 한국 야구.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신은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존재해야 한다'. 얼핏 비슷한 말인 것 같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전자는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후자는 그것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러 칸트가 무신론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왜 칸트가 그런 비난을 무릅쓰고 소위 '신의 요청론'에 매달렸던가. 이유는 간단하다. 이야기를 잘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이야기란 인간이 살아가는 이 우주에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서사를 말한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한갓된 넋두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시작된 이야기는 완결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작가로서 신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칸트의 생각이었다. 이런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는 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여기서 나는 다만 이런 칸트의 생각을 야구에 적용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살펴보겠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 장르와 구분되는 명확한 특징이 있다. 이야기를 갖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투수가 첫 타자에게 첫 투구를 하는 순간 시작되고 투수가 마지막 타자에게 마지막 투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흔히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이야기로 시종하는 야구의 이런 특징을 나름대로 잘 짚어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각본 없는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본이 없다면 드라마가 아니고 드라마라면 각본이 있어야 한다.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각본은 있다. 다만 각본의 작가를 알지 못할 뿐이다. 누구인가. 나는 그가 신인지, 귀신인지, 아니면 악마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냥 '야구의 영(靈)'이라고 부르겠다. 칸트식으로 말해서 어쨌든

야구의 영은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첫 투구로 시작된 이야기가 지리멸렬한 넋두리로 떨어지지 않게 된다.

야구 경기를 보다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 가령 귀신이 장난치는 것 같은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변에서 기적까지 걸쳐지는 이 모든 이야기들에 최소한의 설명은 주어져야 한다.

야구라는 드라마의 숨겨진 작가로서 야구의 영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우커송 구장에서 열린 야구 경기는 내가 볼 때, 야구의 영이 최근 무대에 올린 몇 편의 각본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들이었다. 그가 왜 작품의 주인공들로 이승엽 이대호 류현진 김광현 등 대한민국의 선수들을 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아홉 번이나 방영된 그 드라마는 한국인들뿐 아니라 지구촌 시청자들을 실컷 울리고 웃겼다.

나는 이런 가정을 세워본다. 아마 야구의 영이 미워했던 것은 일본도 쿠바도 미국도 아닌, 도박사들이 아니었을까.

야구 경기가 시작되면서 세계 유수의 도박사들이 선택한 포맷은 한결같이 쿠바 금메달, 일본 은메달, 미국 동메달이었다.

 

한국은 아예 없었다.

한국이 예상을 깨고 예선 전승으로 본선에 올라왔을 때조차 도박사들은 이 포맷을 수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전히 쿠바 1위, 미국 2위, 일본 3위, 한국 4위였다.

작가는 이렇게 도박사들이 주제넘게 써놓은 각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야구의 영이 정의의 사자인지, 단순한 심술꾸러기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그는 야구경기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각본을 쓴다는 사실이고,

몇가지 상투적이고 관습적 스타일을 즐겨 구사한다는 것이다.

가령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것, 정직하게 땀흘리는 선수에게 애착하는 것,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영웅 만들기를 즐기는 것,

그리고 가끔은 생뚱맞게 인문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상상력을 발동한다는 것 등이다.

이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구사한 몇 개의 고사성어는 진부한 것들이었다.

가령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의 기사회생, 절치부심, 사필귀정 등이 그렇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의 영웅본색

, 구사일생, 전화위복 등이 그랬다. 그러나 이것들을 이야기로 꾸며낸 줄거리와 그것을 무대화한 장면들은

올림픽의 개폐막식보다 드라마틱했다.

확실히 야구의 영은 장이머우보다 덜 기교적이었지만 더 관념적이었고 덜 화려했지만 더 출중했다.

야구의 영에게 축복을.

-부산대 윤리교육학과 교수-

 

靈에게  축복과 감사를...

드라마틱한 야구의 즐거움에 대한   또 다른 표현아닌가.

정말  보고 또 봐도 물리지 않을  올림픽때의 야구게임.

 

어제에 이어 오늘도  롯데는 한화와 멋진 승부를 펼치고 있다.

롯데가 이기니  더  재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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