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자꾸 생각나는 것들

은빛여울 2023. 1. 2. 14:31

겨울을 견디어 내야만 봄을 맞을 수 있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어찌 알 수 있을까..

다대포해변에서 가끔 보이는 늙은 왜가리의 외로운 모습도 측은하다.

가족 모임 후 9시쯤 귀갓길 버스 정거장에는 우리 동네 작은 빵집할아버지가 

커다란 누른 호박을 옆에 두고 서 있었다.

날씨가 꽤 추웠는데 목살이 훤히 드러나는 셔츠를 입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와 버렸다.

 '추운데 왜 옷을 그리 얇게 입고 다니시냐고, 집은 어디신데 그 큰 호박을 들고 가시냐고..'

'이렇게 입어도 그리 춥지 않고, 집은 수영인데 할멈이 감기가 들어서 호박죽 생각이 난다고 해서..'

나는 또 멍청하게 '호박은 수영에도 있을 것인데 이 무거운 걸 들고, 버스 환승도 하실거 아니냐고..'

아무 도움도 안되는 말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지금 수영에 도착하면 호박 파는 곳 다 문 닫았다고 한다. 적어도 팔십은 가까울듯한 영감님이 온종일 빵을 손수

구워서 팔고 거의 두 시간은 걸릴 거리로 가서 환자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다니...

비쩍 마른 나뭇가지처럼 변해가는 우리 동네 빵집 할아버지 너무 측은했다.

 그냥 죽집에서 좀 사다 드리면 될 텐데, 아마도 빵이 너무 안 팔리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같은 처지라 노인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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