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시부모님.

은빛여울 2004. 7. 8. 11:10

내가 시부모님 얘기를 추억삼아 꺼내면 어떤 친구는   '니는 좀 빠져라 '한다.

 

그런 시부모님은 존재할수없다가 정답이란다.

 

난 그런 점에선 행운녀다.

 

어머님생전에 부엌에서 밥도 안해보고 요리 조리 꾀 부리고

동생들도 돌보지 않은 아주 싸가지 없고 못된 딸이었는데

 

그런 분들을 만난건 분명 행운이었다.

 

아무것도 못해도 나무람을 들은적 없고  마치 손녀처럼 아기처럼

대해 주셨다.

 

남편과의 나이 차이도 이유가 됐겠지.

 

살아가면서 남편과는 늘 티각태각 싸우고 이혼까지 생각했었다.

그럴때마다  두 분의 모습이 떠 올라 나는 참아야한다고 자신을

다둑거렸지.

 

시아버님과 주고 받은 편지를 간수하지 못한 게 너무나 한스럽다.

언제나 붓으로 곱게 글을 써서 보내셨고 나는 답장을 드렸지.

 

불경을 읽어 주셨고 때로는 졸려서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고 듣다가

들키기도 했다.

 

화투를 배워 주셨고 시아버님과 돈따기 화투놀기도 했다.

파마하라고 그렇게나 원을 하셨는데 그 말씀을 한번도

듣지않은  못된 며느리였다.

 

밥을 빨리 못먹는 내게 시어머님은 얼른 묵고 치워라 하시면

시아버님은 애기 체한다고 천천히 묵게 두라고 하셨다.

 

부엌에서 숭늉을 떠다 주신적도 있었고.

항상 그립고 보고싶은 이제는 안계시는 시부모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