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

흑인 '오르페'.

은빛여울 2004. 4. 27. 13:32
젊은 처녀들은 새옷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소년들은 연을 만들어 날리느라 신명이 났다.
우물가에 모여든 여자들은 온통 축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내일이 바로 모든 사람이 기다리는
카니발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 사는 전차운전사
오르페는 누구보다 노래를 즐기는 흑인청년이다.
그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면 그 주위에는
어느새 소년들이 몰려와 있곤 했다.
그만큼 그는 인기가 있었다.

이런 축제의 분위기 속에 사촌 언니를 찾아온
처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유리디스.
그녀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끌려 밖으로 나갔다. 석양의 언덕에 앉아 기타를
치는 사람을 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란다.
낮에 전차에서 만난 오르페였던 것이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어느새가슴이 뭉클해오는
연정을 느낀다. 카니발의 전야제가 벌어진 그 날,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흥겹게 삼바춤울
추었다.

그런데 오르페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해골 가면을 쓴
정체 불명의 사나이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겁에 질려 도망가던 유리디스는 그만 실신하고 만다.
뒤늦게 찾아나선 오르페가 그녀를 발견하고 자기 집에
데려다가 하룻밤을 재운다. 기다리던 카니발의 날.
거리는 온통 인파로 덮이고 갖가지 모습으로 변장한
가면들이 축제의 광장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리디스도 사촌 언니의 옷을 빌어입고 열광적인 춤판에
끼어들었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오르페와 어울려 신나게
돌아가는 유리디스 앞에 둘의 관계를 눈치챈 약혼녀
미라가 덤벼들었다. 봉변을 피해 달아나는 유리디스를
이번엔 해골의 가면을 쓴 사나이가 뒤따랐다. 쫓기던
유리디스는 급한 김에 눈앞의 전차 차고로 뛰어든다.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막다른 통로. 그녀가 천장 난간으로
올라가기 위해 막 옥압선을 잡는 순간, 찾아나선 오르페가
그만 전기 스위치를 누르고 만다.
섬광과 함께 맥없이 떨어지는 유리디스.
오르페는 죽은 그녀를 안고 급히 심야의 거리로 나간다.

이미 싸늘히 식어버린 시체를 병원안치실에
누이고 무당집으로 찾아간 오르페는 노파의
무술을 빌어 유리디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제정신이 아닌 오르페는 감격한다. 날이 새자
연모의 정에 못이겨 오르페는 그녀의 시체를
안고 마을로 돌아왔다. 걷잡을 수 없는 질투로
이성을 잃고 오르페의 집에 불을 지른 미라가
무녀들과 함께 그에게 돌팔매질을 해왔다.
돌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는 오르페. 결국 그는
유리디스를 안은 채 벼랑으로 떨어진다.

바닷가 열대 식물 위에 시든 꽃처럼 포개진
두 개의 시체. 그 부각의 화면에 아침 놀이
타는 듯하다. 다음 날 소년들은 지난 일은
까마득히 잊은 듯이 오르페가 두고 간 기타
반주에 맞추어 천진스레 춤을 춘다. 오르페는
갔지만 리오의 태양은 여전히 바닷가 가난한
흑인 마을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본게 언제 였든가...

도무지 기억이 안나지만 눈부시게 뜨거운 태양의 빛이.
.
매끈한 검은 피부에 반사되어 상아처럼 빛나든 청춘 남녀들의 발랄한 모습과 .
.
두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이 너무 맘이 아팠고
.
축제의 화려함이 대비되어 참 강한 인상의 영화였습니다.한참을 몰아지경에 빠졌었든 그때가 언제였든가....두 남녀의 안타까운사랑과 죽음때문에 한참을 멍하게 앉았었든 기억은 뚜렷하네요



영화 '흑인 오르페(Orfeu Negro)'중에서
'카니발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