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기이한 추석이야기
여기까지 인내해 온 그대에게 한 줌의 경의를. .
9월 23일 토요일 오전 병원에 잠시 들러 처방전 받아 나오는데, 간호사가 부르더니
독감접종하고 가라길래, 독감 잘 안걸려서 안 맞겠다고 큰소리치고 나왔다.
실은 주사맞기 싫은 핑계였지만 어찌 그리 방정맞게 그 말이 나와버렸는지...
다음날 일요일 오전 5시쯤 잠을 깨니 찬바람이 갑자기 얼굴로 확 달려든 느낌이었는데
엊저녁에 깜빡 잊고 창문을 열어두었든거다,순식간에 콧물이 주르르 흘렀지만 가벼운 콧물감기겠지 했다.
7시 여동생과 한시간쯤 아침 운동하고 집에 왔더니 폰이 없었다. 신호는 가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
미장원에 들렀다가 12시 가족 모임에서 좋아하는 회도, 맥주도 입에 대지 않고 조신하게 먹거리 챙겨 먹고
모두들 횟집 선정 잘했다는 칭찬에 기분 좋게 마무리 잘했다. 폰은 계속 신호가 갔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고,
일요일이라 어찌할 수도 없어서 그냥 귀가했다. 그런데 조금씩 기침이 나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 귀가했을 때는 온몸이 독감바이러스에 점령 돼버렸다. 간신히 찾아낸 상비약 중에 치과용의 강력한 소염진통제가 위기에서 날 구했다.
그 약사님이 심한 통증에만 사용하고 남겨두면 급할 때 쓰일 거라고 하더니. 어쨌거나 아들 넘의 도움으로 남아있든 독감증세는 거의 사라졌고 새 폰도 마련했다. 그리고 추석명절을 딱 혼자서 일주일 보냈는데 물론 가여운 엄마를 위한 배려로 특실병원에 입원한 거랑 비슷했다.
오늘은 다대포에서 맑은 햇살도 즐기고 남포동에서 외식도 하고 극장에서 한프로 까지 하고 왔다.
살다 살다 참 별난 추석명절을 다 겪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