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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겨울
은빛여울
2022. 12. 26. 10:43
쳐다보면 자꾸 슬퍼지는 것은 누군가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강추위에도 차가운 시멘트에 엉덩이를 붙인 노인들,
그들의 주름가득한 까칠한 얼굴에 내려앉은 짙은 외로움과 슬픔은
아마도 추위보다 더 한 고통이리라.
50대 초반에 홀로 자녀를 뒷바라지 한 아버지의 모습도 닮아있다.
그 외로움을 이제사 아파하는 모지리 노인의 모습도,,
60대 후반에 홀로되셔서 96세까지 세월 보내신 시모님의 외로움과 슬픔을 이제야 아파한다.
가르쳐서 알 수 없는일이 얼마나 많은지도 이제야 알아간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아는 척하는 조카딸에게 나는 큰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너는 결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해롭다고, 건강에 나쁘다고 한 잔의 술과 한 개비의 담배도 허용하지 않는
건강 염려증의 동생과 가여운 남편이 생각난다.
목마름만이 갈증이 아닌데, 걱정하는 동생보다 더 가여운 초로의 그 남자.
수많은 사람들의 제각기 다른 생각과 감성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그래서 끝에 도달했을 때 마음의 아픔이 너무 크지 않기를,
겨울 대나무의 모습을 보는 동안 내 생각은 조금씩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