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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화사한데...
은빛여울
2015. 3. 5. 22:35
별 생각없이 내일 나갈 준비하는 중에 둘째넘이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감기걸렸냐고 밖에 나갈 땐 목도리를 꼭 하고 마스크도 하고 나가라고 하고 몇 마디 더 나누고 전화는 뚝 끊겼다. 운전중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멀쩡히 있든 내가 갑자기 울음보가 터졌다.
아마도 나이듦이 느껴져서 였을까?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걱정을 하게 하는 존재가 된 자신이 슬펐을까.
어쨌든 그러고 나니 조금은 개운해 졌다.
봄날의 매화가 이리 화사한데 눈물이라니, 복에 겨워서 그런다고 하겠다.
이름을 알고 난 후에 더 자주 내게 잡히는 동박새,
생김새도 이름도 귀엽지만 어쩌면 남보기와는 달리 쓸쓸한
할매동박새인지도 모르겠다.
양산에 갔을때 매화보다 먼저 이 돌담이 내 시선을 끌었다.
돌들의 포개진 모습은 세월의 다른 모습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바람은 스쳐지나며 돌들을 쓰다듬고 구름은 지긋이 내려다 보며 머물렀을 것이며
비는 또 얼마나 눈물처럼 저 돌 들을 적셨을까. 모든 성깔 다 내려놓고 저리 부드럽고 푸근해 졌으니.
바로 노인이 된 돌들이 아닐까.
한 웅큼씩 남아 나를 기다려주든 잔설들위로 하얀 구름 조각들 머물렀다.
심심한 구름들이 내려와 눈이 되었나 눈이 살짝 올라가 구름이 되었나.
아무 걱정도 없는 듯 평화로움이 온통 내려앉은 듯한 마을 풍경이 참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