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하양장'.

하양시장에서 첫번째로 만난 이 분은 비록 땅바닥에 엉덩이를 내려놓고 계시지만 상당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첫번째는 외모에서 그리고 말씨에서. 구십세가 넘으셨다지만 당당하고 거침없는 입담이었는데 소시적부터 이 장사를 했고 이젠 그만해도 되지만 단골들의 부름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하셨다. 결코 거짓말이 아님이 느낌으로 왔다. 자신의 상품이 아니면 불안해서 종자구입을 할 수 없다는 하소연으로 계속 나오신다는..

세번째의 할머니는 콩 종류의 씨앗을 취급하시는 데 역시나 장부의 풍모가 느껴지는 듯했다.
지금 세상이라면 기업의 총수가 어울릴법한 분,


이 분은 외모는 조금 아니었지만 예리한 눈빛으로 사진을 뭐하려 찍느냐고 정색으로 질문하셨는데 부산에서 왔고 거기서는 볼 수없는 시장의 모습을 담고싶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가만히 보니 가장 단가가 센 물품이었다. 작은 그릇에 2만원에 두 그릇을 팔면서도 조금도 비굴하거나 굽신대지도 않았다. 미소도 안보이는 거만한 여상인이었다.대단하시다.

상품이 얼마나 정갈하고 깔끔한지 종류도 많고 생전처음 보는 물품이 많았다. 세세히 들여다보고 이름도 한 번 보고 올껄 하는 후회가 된다. 이 분도 상당한 노하우가 엿보였다.

종자를 취급하는 분은 대부분 상인으로서의 의젓함이라 할까 그런 여인답지 않은 모습들을 하고 있음이 신기했다.

시장 풍경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이 분의 표정은 어떤 일에도 흐트러질 것 같지않은 달관한 사람의 풍모였다. 한 때는 저 시장바닥에서 세월을 보냈을지도 모르지만,,,

영감님이 안계신지 혼자서 판매도 하고 작은 망치로 못을 박아 상품을 완성시키기도 하는 이 분의 능력도 참 대단하지 않은가.이 분역시 여장부의 면모가 엿보인다. 자녀도 훌륭히 키웠으리라 생각된다.

흥정하는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니 재미있었다. 손님도 만만찮은 노련함을 풍겼기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장삿군은 못당할 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