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여섯 포기도 많다.
어제는 어릴적 이웃 친구면서 중학동창인 친구들과 처음으로 일박이일을 즐겼다.
다시 만난게 거의 이십년이 가까웠지만 좀처럼 여행할 기회가 오지 않았었는데
조금 무리하게 밀어부쳤다.
일박을 했든 논산의 친구 동생집에서 배추김치와 생배추 쌈을 어찌나 맛나게 먹었든지
친구 동생이 앞집에서 딸 주려든 배추가 좀 남았다고 사가라고 했다.
부산에서 사 먹든 배추맛과는 왜 그리 다를까?
나는 다섯 포기만 하기로 하고 모두 설흔 포기쯤 사왔다.
좀 작은 것들은 그냥 갖다가 겉절이라도 하라면서 주셨는데 합해서 내 몫이 열 포기나 됐다.
처음엔 무심코 오다가 집이 가까워지니 슬슬 걱정이 되어
열포기 씩이나 어찌 갖고 올라갈까 또 누가 먹으려고?
하는 걱정에 그냥 여섯포기만 가져왔는데 그것도 친구 옆지기가 사층까지 올려다 주셨다.
11시쯤 잠이 들었지 싶은데 새벽 2시10분에 잠이 깼다.
살그머니 나가서 옥상의 소금과 그릇을 가져오는데 옆지기 문을 벌컥 열면서 밤중에 뭐하노?
하고 소리 지른다.
어쨌거나 절였다. 그런데 어찌나 배추가 큰지 이건 뭐 세포기도 많을 듯하다.
아침에 슬그머니 입을 뗀다.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저거 누가 다 묵을낀데?’
'작은 애도 좀 주고 어쩌고....'
메시지를 날리니
작은 며늘 ‘친정에서 좀 주셔서요, 이 담에 필요하면 전화드릴께요.’
내일 아침엔 씻어야겠는데 데체 저걸 정말 다 우짜꼬 고민이다.
옆지기는 매운거 못 먹게 해서 그렇고 나는 치아가 시큰거려 김치를 그다지 많이는 못 먹는다.
논산의 친구 동생집이다. 시골에 참한 집을 짓고 뒷쪽엔 닭과 염소도 있고...
공기가 어찌나 달큰 하든지, 친구가 부럽다.
재수 좋게 눈을 만났다.
오미자가 아직도 매달려 있어 예뻤다.
생각해보니 나이 들어 가장 힘들게 하는 게 치아가 아닌가 싶다.
남들에 비해 늦은 편이긴 하나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고 한숨도 자주 나오고...
재수좋게 올겨울 처음 눈을 만났다.
그리고 정말 시골스러운 풍경이 좋아서 희희낙낙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