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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꽃
은빛여울
2005. 3. 24. 09:20
파가 자라는 이유는
오직 속을 비우기 위해서다.
파가 커갈수록
하얀 파꽃 둥글수록
파는 제 속을 잘 비워낸 것이다.꼿꼿하게 홀로 선 파는
속이 없다.
-이 문재-
-시집 제국 호텔중에서-
저런 '속 없는 양념같으니라고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그 속을 어따가 비웠을까
가만. 저 양반 우습게 볼 일 아니네. 속은 없어도 맵기는 이렇게 맵고,
뼈 한 마디 없어도 꼿꼿하기 이를 데 없네. 세상에 얕보고 허투루 볼 것 없음을
저이로 하여 다시금 알겠네
. 조상 대대로 '음심'과 '분노'를 일으킨다.하여 절 밖에 쫓긴 물건(五辛菜)였건만,
속 비우고 맘 비워서 저 홀로 사원이 되었구나.
대파대사. 쪽파보살의 '무심법'을 들으려 저 속 빈 사원을
찾는 벌과 풍뎅이 신도가 무릇 기이하뇨.
동아일보에 연재되는 이 아침에 만나는 詩는 가끔 맘에 와서 파고든다.
더구나 반 칠환시인님의 넉살과 해설은 더욱 감칠맛이 기가 막힌다.
머리가 하얗게 센 사람은 속을 다 비워서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