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그날의 슬픔이...

은빛여울 2005. 2. 25. 20:03

 

연예인 이 은주의 자살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물론 한 젊은 여성의 죽음이 가엾긴하나  수많은 죽음중 한사람일뿐.

그리 특별한 감회는 없다.

 

다만  벌써 이십년도 지난 내 올케의 애틋한 자살사건이 다시 기억에서

기어나와  날 괴롭힌다.

 

설흔살.

다섯 살,세살의 두남매의 엄마.

하얀피부에  날씬하고 예뻤든 눈이 어찌나 컸던지

내 큰눈도 작아보였지.

세상을 뜨기 이년전  친정어머니가  딸의 산구완하러

막내 딸네집에 오셨다가 가시든 날 교통사고로 별세하셨고

알고보니 그때부터  우울증이 시작되었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부산이지만  원체 멀리 떨어져있었고 말없이  잘 사는줄 알았다.

가끔 남동생이 전화로 하소연하길  술 한잔하고 늦게 오거나

 친구라도 만나고오면  밥도 안하고 그냥 누웠다고.

어머니도 안계시고 내가 맏이라

 어쩌다 마음먹고 가서 무슨 말을 하려고 입만 들썩이면

그 큰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울기부터 하니  달래느라고 애를 썼었다.

 

젤 아끼든 친정조카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사망하고 더욱 악화된걸

안건 한참후였다. 아무래도 이상해 정신과를 찾았는데

작은 오빠의 친구 병원이었고  적어도 삼개월은 입원해야한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걱정 남편 출근  살림 걱정에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연히

 병원에 가두어둔다는 하소연에 어찌나 고집을 부리고

난리를 치는지

퇴원시킨게  큰 실수였다. 그때만 해도 우울증이

그렇게 무서운줄을 보통사람은 잘 몰랐었다.

 

퇴원하고 남동생은  각시가 좋아하는 일식집에서 가족끼리 식사를

하러 가서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시간, 잠시 화장실 다녀온다고 나가서는  행방불명.

사흘인가 후에 해운대의 모여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일년쯤 뒤.

마침 직장 동료  동생중에 홀로된 여인이 있어 재혼을 했었다.

그런데 술만 취하면 그녀의 이름을 불러대는 내 동생.

잠꼬대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생활의 위기 였다.

올케는 같이 울기도 했지만  얼마나 황당했으랴...

헤어져야겠다는 소문이 창원에서 날아왔고

.

우리 육남매 모두 나서서 새 올캐 마음 달래기에 나섰었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든가.

친정동네의 산을 헤매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대며

 통곡을 일삼았던 그때의 내 남동생.

차마 눈뜨고 못볼 일이었다.

두아이의 울음은 말할것도 없고. 

 

여태껏 이 일을 가슴에 묻고 살았었다.

활자로 이렇게 적어보기도 처음.

다섯 살이든 조카는 군복무도 마치고 대학  삼학년.

세 살이든 조카딸도 같은 대학교 3학년이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우울증이 그 토록 무섭다는걸 그때 절실히 알았었다.혹시라도

그런 증세가 보이면 지체말고

즉시 입원시켜 항시 지켜봐야한다.

아 세월이여.......